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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반더킴 2025. 1. 30. 14:42

1. 연준의 역할

  미국 연준은 시중에 유통되는 달러의 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은 물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자산 인플레이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리하여 연준이 설정한 통화정책 향방에 따라 채권 금리, 주식 시장 가격, 부동산 가격과 같은 자산 가격을 비롯하여 실물 경제에 광범위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연준은 통화량 관리는 어떻게 작동할까? 연준은 기준 금리를 인하 혹은 인상함으로써 통화량을 조절한다. 금리 조정은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연준의 딜러들이 미국채를 사들이거나(매입) 팔아서(매각) 목표 금리를 유도하 방식으로 작동한다. 미국채를 사들인다는 것은 연준에서 통화를 시장에 공급한다는 말임과 동시에, 미국채의 금리도 줄어듦을 의미한다. 반면 연준에서 미국채를 팔면 시장에 있던 통화를 걷어들이며 미국채의 금리도 상승한다. 

 

2.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다는 것(비둘기파)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하하면 통화량이 늘어 통화 가치가 절하되고, 자연스레 은행 이자도 낮아져 안전하게 은행에 돈을 보관하는 것의 매력이 떨어진다. 은행에 보관하지 않기로 한 이 돈은 다른 위험 자산에 투자되는데, 양적 완화가 시행되는 시기에는 특히 위험도가 높은 파생상품(정크 수준의 기업채를 묶은 상품이나 위험도 높은 사업 등)에도 자금이 흘러들어 간다. 가만히 두는 것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투자 결정을 신중하게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주식 등 자산의 가격은 올라가고, 금융계에서는 위험 상품을 면밀한 검토 없이 쏟아낸다. 평소라면 계획 단계에서 탈락했을 위험도 높은 사업도 실제로 추진되어 파산 시 지역 경제 영향이 생기기도 한다.

  자산 가격을 바탕으로 한 경제가 활성화되고 주식 시장이 활황으로 되며 실물 경제활성화에도 일부 도움이 되기에 금리 인하는 주로 경제 침체 시기에 단행된다. 그러나 자산 가격 상승이 실물 경제(탄탄한 일자리 창출, 고용률 등)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며, 자산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부만 늘려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3. 연준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매파)

  연준이 기준 금리를 인상하면 통화량이 줄어 통화 가치가 높아지고, 은행 예금의 매력이 올라간다. 자연스레 위험 자산의 매력도가 떨어지며 투자 결정도 보다 신중해진다. 위험도가 있는 투자를 꺼리므로 경제는 움츠러든다. 주식가격이 내려가고 사업 투자와 고용이 줄어든다.

  양적완화로 부실한 투자가 엄청나게 쌓여있는데 금리가 인상되면 위험 회피로 현금을 보유하고자 하게 되면서 일명 버블이 터지는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금리 인상은 고용과 시장 지표가 안정적일 때 신중히 단행된다.

 

4. 연준의 행보

  연준은 평시에 통화 공급 조절 역할을 한다. 그런데 경제 위기가 점쳐지는 상황일 때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한다. 1990년대 후반은 한 해 만에 나스닥이 두 배 오르는 등 닷컴 버블의 절정이었다. 물가 인플레이션이 관찰되어 금리가 인상됨에 따라 닷컴 버블은 터지고 위기가 찾아왔으나 연준의 발빠른 금리 인하로 급한 불은 껐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낮은 금리가 오래 지속됨에 따라 금융계에서는 위험 자산을 한 데 묶어 파생상품으로 내놓았다. 그 중 하나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이다. 부도가 날 수 있는 부실 채권이지만 거대 은행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 상품에 투자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되자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고, 취약해진 시장의 버블은 터졌다. 2008년 금융위기였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금리는 급속도로 인하되었고, 연준의 구제금융으로 본원 통화량을 두배로 늘렸다. 부실자산에 투자했다가 부도 위기를 겪는 거대 은행들은 '부도하게 내버려두기에는 너무 크기' 때문에 구제했다. 그런데 금리 인하는 금융위기 이후에도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멈추지 않았다. 이에 켄자스시티 연준 은행장 토마스 호니그는 의결에서 반대표를 던졌지만 반대표 1표로는 흐름을 저지할 수 없었다. 제로 금리가 표준이 되었고, 겉으로 경제는 회복되며 좋아보였지만 실제 경제는 부실 자산으로 곪게 되었다.

  저금리가 이어지는 동안 연준 의장이 바뀌고 호니그가 퇴직했다. 제롬 파월이 연준 의장이 되었고, 트럼프 정부가 들어섰다. 2020년 코로나19가 발병하면서 경제 위기는 현실화 되었다. 고용과 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구제 금융이 시작되었고, 천문학적 금액을 들인 혜택은 다소 불공평하게 돌아갔다. 연준은 어느 때보다 급격하고 많은 양의 통화를 시장에 공급했다. 특히 주목할만한 것은 기존에 미국채 매입과 매각만 하던 연준의 역할에 변화가 생긴 것이었다. 연준은 기업 부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게 되었고, 요동치던 주식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 연준이 이러한 자산을 보증하는 식으로 개입할 가능성 자체가 불안정성을 감소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연준의 역할 범위가 유례없이 넓어진 것이었다. 회사채와 CLO(대출채권담보부증권), 정크본드 매입 권한이 생겼고, 메인 스트리트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은행을 매개로 중소기업이 대출을 하면 95%는 연준이 대출 채권을 매입하게 되었다.

 

5. 결론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통화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데 비해 실물 경제 성장은 더뎠다. 이에따라 자산 가격은 폭등했으나 중산층 일자리와 소득은 줄어들고 GDP 성장은 과거와 비교하여 미미한 수준이 되었다. 호니그는 여전히 연준이 정책을 설정할 때 장기적 관점을 견지할 것을 상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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